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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창업현장 年200명 인턴 파견… 아이디어 상품화 눈떠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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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천체 촬영용 카메라입니다. 우주에 관심이 많지만 비싸고 사용 방법이 복잡한 천체망원경을 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죠.”

지난달 31일 싱가포르국립대(NUS) 창업 지원 기관인 엔터프라이즈 사무실에서 만난 치아리웨이 씨(26·전자컴퓨터공학과 4학년 휴학)는 최근 자신이 개발한 신제품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스타트업 ‘타이니모스’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스타트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 제품을 소개한 뒤 한 달 만에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투자금을 모았다”며 “올해 안에 1000대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밤하늘 별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해 이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낼 수 있는 타이니모스의 제품은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 문의를 해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유명 유통업체들도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그의 성공담은 싱가포르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인근 ‘블록71(Blk71)’ 일대에서도 화제다.

○ 세계 최초 해외 스타트업 인턴십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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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씨가 싱가포르 엘리트 공대생들의 일반적인 사회 진출 코스인 글로벌 기업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대신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건 NUS 해외 프로그램(NUS Overseas Colleges·NOC)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NOC는 NUS가 창업가 양성을 위해 2002년 개발한 6∼12개월짜리 해외 스타트업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싱가포르가 단기간에 창업가를 키워내려면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 중심지에 우수한 학생들을 보내 생생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환경기술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치아 씨는 “NOC 덕분에 연구개발(R&D), 제품 발표, 투자 유치 같은 스타트업 활동을 모두 경험했다”며 “창업에 대한 자신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제품으로 기획해 보는 노하우도 길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온라인 캐시백 서비스기업 ‘숍백’을 운영하는 헨리 챈 씨(31·NUS 기계공학과 졸업)도 NOC에 참가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IT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그는 “코넬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같은 미국 명문 공대 졸업생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해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미래 시장을 바꾸려는 모습에 매료됐다”며 “그들과 함께 일하고 경쟁하면서 ‘나도 창업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 치열한 경쟁 뚫어야 참여 가능


NOC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스웨덴 스톡홀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뮌헨 △스위스 로잔 같은 스타트업 중심지에 연간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다. 인턴 참여 학생들의 비자 발급과 노동부 보고 같은 행정업무는 대학이 지원해 준다.

웡포캄 NUS 기업가정신센터장은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NOC 같은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며 “단순한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엔진”이라고 자부했다.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NOC에 참여한 학생은 약 3000명. 공학계열 학생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창업에 나선 이들은 300명가량이고 이 중 약 250명이 기술 관련 창업을 했다. NOC에 참가하려는 학생도 계속 늘어나 최근에는 6 대 1 이상의 교내 경쟁을 뚫어야 한다.

NUS는 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 창업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행어(Hangar·격납고)’라는 공간도 캠퍼스 안에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트업 밀집지역 Blk71에는 NUS 엔터프라이즈의 사무실을 두고 동문의 스타트업을 돕는다.

최근에는 NUS 기계공학과 출신 프라노티 나가르카르가 공동 창업한 ‘짐플리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 전통 빵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차파티를 맞춤형으로 만드는 주방용 로봇 ‘로티매틱’을 개발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꼭 사용해 보라”고 추천해 화제가 됐다.

○ 기술개발 수익 50% 교수에게 보장

NUS는 공대를 중심으로 창업 밑거름이 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50% 인센티브 원칙’을 도입해 기술 상용화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해당 교수에게 준다.

통상 글로벌 대학들은 수익의 3분의 1을 기술을 개발한 교수에게 주고 나머지는 학교 본부와 해당 교수 소속 학과에서 가져간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조치 덕에 NUS 교수들이 창업한 기업은 80∼100개에 이른다.

2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림추이텍 의용생체공학과 교수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며 “창업 관련 자문을 해오는 동료와 학생들이 많아지고 창업 지원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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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