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회사 끝나고 편의점 알바…” 투잡, 쓰리잡 뛰는 직장인 많아진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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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200만 원을 받으며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35)는 올가을부터 수, 목요일과 주말 저녁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내년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회사가 시범 실시하자 시간외수당이 확 줄어들어서다. 딸 둘을 둔 정 씨는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7시간을 근무하고 수·목요일은 밤 8~12시까지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월 80만원이 안되는 돈을 번다. 정 씨는 “직장에서 버는 돈이 줄었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하려면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마음으로 알바를 뛰어야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우모 씨(28)는 전단지 배달업체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평일 오후 3~7시만 배달을 하는 파트타임으로 근무시간이 바뀌었다. 남는 시간인 평일 오전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게 됐다. 우 씨는 “취업이 늦어져 급한 대로 배달업체에서 일해 왔는데 사장이 파트타임만 일해라고 해 얼떨결에 아르바이트 2개를 동시에 뛰게 됐다”고 말했다.

2015~2019년 4년 사이 동시에 다수의 직장을 다니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10만 명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복가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복가입자는 2015년 8월 15만3501명에서 2019년 25만5355명으로 늘어났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복가입자’는 여러 직장에서 본인의 건강보험료를 동시에 내고 있는 피고용인으로, 소위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저임금이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한 2017년 하반기 이후 직장가입자 중복가입자 증가폭이 커지면서 2019년에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매해 8월 기준 2016년은 전년에 비해 1만8296명(11.9%) 증가했는데 2017년은 2016년에 비해 1만8569명 늘어 오히려 증가폭은 줄었다(11%). 이어 2018년은 전년에 비해 2만1376명(11.2%) 증가하다가 2019년에 들어서 전년에 비해 4만3613명(20.6%) 크게 증가했다.

현재 사업장의 4대 보험 의무가입 조건은 1개월(근무 60시간) 이상 근무로, 다니는 직장 개수와 상관없이 이에 해당하는 직장의 고용주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한다. 계약직, 정규직에 상관없이 상근성, 계속성이 있다면 4대 보험이 의무라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사업장 지도점검을 통해 고용주가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를 강제로 부과하고 있다.

여러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늘어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또 경기불황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것과 최저임금 인상이 함께 작용해 풀타임이 파트타임으로 바뀌며 근로시간이 줄고 남는 시간을 다른 소득활동으로 메우는 것”이라며 “특히 30, 40대가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어 처자식 때문에 투잡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경영학부 교수는 “내부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최대 근로시간(주 52시간)이 정해졌으니 앞으로는 회사들도 더 이상 근로자들이 투잡을 못하게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앞으로 투잡, 쓰리잡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어야한다”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여러 직장을 다녀야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서민들의 삶이 그만큼 더 팍팍해졌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로 인한 새로운 노동 형태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