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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월 실업률 OECD 바닥권인데…실제 고용상황은 먹구름 왜?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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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2월 실업률에서 우리나라가 3.3%로 가장 낮은 순서로 6위를 차지했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월 실업률은 4.1%였지만, 기존 실업률에서 계절적 변동에 따른 요소를 제거하다보니 3.3%로 낮아졌다.

OECD의 실업률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고용상황이 표면적으로는 매우 양호해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상을 따지고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불황의 장기화로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데다 빈약한 단시간 일자리 역시 취업으로 분류돼 실제 고용상황과 괴리됐다는 것이다.

◇OECD 발표 우리나라 실업률 3.3%…“통계에서 계절요인 제거”



13일 OECD에 따르면, 올해 2월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지난 1월 5.1% 대비 0.1%포인트(p) 하락한 5.0%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실업자수는 3282만8000명에서 3245만4000명으로 1.1% 줄었다. 선진 7개국(G7)의 2월 실업률은 4.2%로 전월과 같았으며, 유럽연합(EU) 역시 1월에 이어 2월 모두 6.5%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2월 실업률은 3.3%로 전월 4.0%에 비해 0.7%p 감소했다. 2월 실업률이 발표된 OECD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체코(2.0%), 일본(2.4%), 폴란드(2.9%), 네덜란드(2.9%), 독일(3.2%)에 이어 하위 6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3.5%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13.6%)으로 그 뒤를 이탈리아(9.7%), 프랑스(8.1%), 스웨덴(7.6%), 리투아니아(6.6%) 등이 이었다.
 

또한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자 수는 1월 114만3000명에서 2월 92만7000명으로 줄었다. 성별에 따른 실업률도 여성이 1월 4.1%에서 2월 3.1%로, 남성은 3.9%에서 3.4%로 감소했다. 연령에 따른 실업률은 15~24세가 1월과 2월 모두 9.6%로 동일했으며, 25세 이상은 3.7%에서 2.9%로 떨어졌다.

OECD가 발표한 한국의 2월 실업률은 우리 정부가 발표한 2월 실업률(4.1%)보다 0.8%p나 낮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적 요인을 내포한 실업률을 발표하지만 OECD는 이러한 요인을 제거해 순수한 경기적 영향만을 판단하기 위한 ‘계절조정 실업률’을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OECD는 여러 국가의 실업률을 비교하기 위해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제거하고 동일한 기준에서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일반적인 실업률과 계절조정 실업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낫다고는 볼 수 없다”며 “계절조정 실업률은 계절성을 제거해 연중 실업률과 비교할 때 경기변동을 파악하기에 좋으며, 일반 실업률은 경제 실상을 곧바로 파악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고용상황과 동떨어진 실업률…통계의 ‘착시효과’

실업률 통계만으로 실직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취업을 스스로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탓이다. 실업률은 ‘(실업자/경제활동인구)×100’으로 구하는데, 구직 단념자는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으면서도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돼 통계상 실업률이 낮게 계산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곤두박질쳤을 때에도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안좋으면 구직활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다보니 실업률이 높지 않는 것처럼 나타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낮은 실업률이 양호한 고용상황으로 직결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개인의 노동력 상태를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삼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는 노동력 규모인 ‘경제활동인구’에 속해 실업률 계산에 활용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 기간에 단 1시간 이상만 일을 하더라도 취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고용의 질 측면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한 단시간 일자리가 늘더라도 실업률만 보면 고용 상황이 좋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통계청의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살펴보면 지난 2월 36시간 미만 취업자수는 533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477만5000명)에 비해 56만1000명(11.8%) 늘었다. 이 기간 36시간 이상 취업자수는 2109만5000명에서 2088만3000명으로 21만2000명(1.0%) 감소했다.

아울러 일시적인 병, 휴가 또는 연가, 노동쟁의 등의 이유로 일하지 못한 ‘일시 휴직자’ 역시 취업자에 포함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 휴직자가 크게 늘었지만 우리나라 실업률이 되레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한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일시 휴직자는 6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47만6000명)보다 14만2000명 증가했다. 무려 29.8% 급증한 수치다.

성 교수는 “지난 2월 사실상 일을 못한 사람들도 휴직자로 처리되면서 통계에선 취업자로 처리됐다”며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인구의 상당수가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면서 우리나라 고용지표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