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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일자리’ 55만개, 말많던 ‘노인일자리’와는 다르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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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조5000억원의 세금을 들여 5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역대급’ 경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다. 이번 일자리 정책은 ‘세금 일자리’라는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소주성)정책의 일환으로 고집해왔던 ‘공공 일자리’ 사업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세금으로 유지된다는 공통점을 빼면, 이 ‘소주성 일자리’ 정책과 ‘코로나 일자리’ 정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주성 일자리는 ‘이 일자리를 통해 경제성장을 하자’는 취지의 정책이었던 반면, 이번 코로나 일자리는 단지 일시적인 충격에 완충 역할을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소주성 일자리 정책과 달리 이번 코로나 일자리 정책은 나름의 목표한 바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달리 말하면 코로나 일자리 정책이 성과를 거둔다고 해서 그것이 소주성 정책에 대한 합리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로 ‘소주성’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똑같은 ‘세금 일자리’지만…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달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55만+알파(α)개 직접일자리 대책의 세부내용을 논의·확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55만개 직접일자리에는 기존의 소주성 노인일자리와 비슷한 취약계층 공공일자리도 있었지만, IT·빅데이터 분야와 관련된 청년 일자리도 새롭게 포함됐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직접일자리(이하 코로나 일자리)와 코로나 이전의 재정 공공일자리(이하 소주성 일자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세금 일자리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보는지 여부에 달렸다.

이전의 소주성 직접 일자리는 말 그대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것이다. 즉 정부의 재정을 쏟아 부어 만든 일자리를 통해 소득분배와 경제성장을 한번에 잡겠다는 취지가 깔려있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 일자리는 그 감독기관인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경제충격에 대응하는 일시적 성격이 강하다.

두 일자리 정책은 배경이 되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소주성 일자리 정책은 민간 부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시기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역할을 굳이 국가가 나서서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반면 현재의 일자리 정책은 전염병으로 인해 시장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인공 호흡기처럼 정부가 일자리 창출 기능을 잠시 대신 하겠다는 취지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차이점은 첫째로 재정 소모량이다. 소주성 일자리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수단’으로 가정됐기 때문에, 경제성장 동력으로써 공공일자리에 계속 세금이 투입돼야 했다. 물론 목적에 맞는 적절한 수단이었는지에 늘 비판이 있었으나 이 부분은 일단 논외로 한다. 반면 코로나 일자리는 코로나 사태의 충격에 대응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일단은 재정 투입도 일시적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부분의 일자리사업이 근로조건에 ‘6개월 이내’를 명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주성 일자리에 비해 재정부담이 장기화될 염려가 덜하다.

둘째로 소주성은 경제성장 모델이었기 때문에, 늘 ‘전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금 일자리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는데, 이전까지 이런 방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사례가 없었기에 위험한 실험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반면 일시적인 경제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재정을 풀어내는 정책은 흔하다. 현재 미국·영국 등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이번 코로나 일자리는 소주성 일자리에 비해 전례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소주성 일자리 정책보다 더 성공 확률이 높은 정책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현재 발표된 코로나 일자리 정책은, 이전에 소주성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됐던 공공 일자리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시적인 경제 충격을 어느정도 완충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코로나 일자리 정책은 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경제성장에 보탬이 되기를 꿈꿨던 소주성 일자리는 오히려 경제성장에 역효과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간이 하면 더 잘할 일을 굳이 정부가 세금을 걷어 함으로써 비효율과 재정적자만 늘었다는 지적이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 일자리 정책은) 경제가 일시적으로 어려울 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여진다”며 “지금은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고, 대가 없이 재난지원금까지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일을 하면서 돈을 주는 게 조금이라도 나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런 일자리는 일반적으로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자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런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면 경제에 굉장히 부담이 갈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 일자리는 일시적 완충 역할이라는 점에서 지속적 재정 투입이 필요했던 과거 공공 일자리 정책과 다르다”고 밝혔다.

◇소주성특위 “코로나 사태로 소주성 재평가” 무리수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추진된 공공 일자리 정책은 그 배경과 취지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부 일각에서는 코로나 대응 일자리 정책을 통해 앞선 소주성 일자리 정책까지 합리화하고 나섰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원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 기념토론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 위기로 ‘소득주도성장’의 가치를 재발견했다”며 코로나 대응 정책 중 고용, 사회안전망 관련 재정 지출 정책을 ‘소주성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자연재해라는 특별한 상황에 대응하기에 적합한 정책을 가지고 일반적·장기적 성장정책을 도출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재정 일자리 정책은 코로나19와 같은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이외의 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지극히 비효율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김소영 교수는 “재정 일자리 정책은 일반적으로는 생산성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세금 일자리 정책이 대단한 정책인 게 아니라,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주는 긴급재난지원금보다는 생산적이기 때문에 지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정도”라고 밝혔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