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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단기 일자리 급감에 청년 직격탄… 구직 의욕마저 상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5.14

[코로나19 경제위기]고용 절벽에 사라지는 고용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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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고려대 세종캠퍼스 도서관. 마스크를 쓴 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졸업반 송모 씨(23)는 “기업들이 사람을 안 뽑고 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최근 학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지만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휴업에 들어가 수입이 끊긴 상태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8)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수개월째 혼자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는 상태다. 김 씨는 “떨어지더라도 자꾸 입사 지원을 하고 시험을 봐야 경험이 쌓일 텐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본격화하며 청년과 임시·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뭉텅이로 사라지고 있다. 일시 휴직 중인 근로자는 두 달째 100만 명 이상 폭증했고, 직장을 잃고도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평상시라면 일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집단으로 경력 단절을 겪으면서 고용시장의 기초체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외환위기급’ 일자리 충격

13일 정부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만5000명 줄었다. 30대(―17만2000명) 40대(―19만 명) 50대(―14만3000명) 등 60세 이상(27만4000명)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의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는 청년들이 주로 고용돼 있는 서비스업종의 단기 일자리가 코로나19 이후 대거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21만2000개,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에선 1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임시·일용직 취업자 역시 지난달 78만3000명 감소해 1989년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 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7만9000명 급감하는 등 고용 쇼크가 전반적으로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규모의 일자리 증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 근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외환위기 때는 기업들의 도미노 파산으로 청년, 임시·일용직뿐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도 대거 함께 사라져 이번 위기보다 충격의 양상이 더 컸던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요원한 상황이라 고용 위기가 언제 끝날지 감도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자리 충격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 있는 제조업도 일자리 감소 폭이 3월 2만3000명에서 지난달 4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 ‘고용 시한폭탄’ 150만 일시휴직자

구직자들 사이에는 당분간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기존 일자리를 잃었거나 아직 첫 직장을 잡지 못한 취업준비생은 상당수가 아예 구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달에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83만 명 이상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새로 편입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 중에는 임시직과 일용직으로 일하던 청년과 여성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육아나 가사, 심신장애 등의 이유 없이 단순히 ‘쉬었다’고 답한 인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고용시장의 활력이 사라지는 양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 그래도 고령화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취약계층에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 연속 100만 명 이상 폭증한 일시휴직자도 고용시장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4월 일시휴직자는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 명 늘었다. 이들은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향후 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대거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고용은 경기의 후행(後行)지표이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시휴직자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하면 취업자 수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송충현·최혜령 기자